작은 골목이 품은 여섯 개의 보석, 성북동 작은 가 놀먹 코스 上
안녕하세요, 마케팅 콤키예요. 🥕
이번 콤키는 조금 특별한 마음으로 준비했어요. 큰 프랜차이즈도, 유명 상권도 아닌, 성북동 골목 안쪽의 아주 작은 가게들 이야기거든요. 사장님 혼자, 혹은 모녀 둘이, 좁은 주방에서 하루를 꾸려가는 그런 가게들이요.
이런 가게들은 검색해도 잘 안 나와요. 리뷰 수가 적고, 홍보도 거의 안 하니까요. 그런데 저는 그게 이 가게들의 흠이 아니라 오히려 매력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콤키가 직접 한성대입구역에서 성북동 골목 끝까지 걸어 다니며, "이건 꼭 소개하고 싶다" 싶은 여섯 곳을 골라왔어요.
밥 두 곳, 디저트 두 곳, 볼거리 두 곳. 위치 순서대로 이어지는 반나절 코스로 묶었으니, 지도 따라 천천히 걸어보셔도 좋아요.

그럼, 골목 속 보석 찾으러 가볼까요?
🍛 첫 번째 · 카레 — 간판도 없는데 줄이 서요
성북로 큰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하얀 커튼으로 안을 가린 작은 식당 앞에 사람들이 줄 서 있는 걸 보게 돼요. 햇빛에 바래 잘 보이지도 않는 '카레'라는 입간판 하나가 전부예요. 그런데 이 집, 상호도 메뉴도 그냥 '카레'예요. 시금치 카레와 매주 바뀌는 기간 한정 카레, 딱 두 가지만 팔거든요.
사실 저는 이 집 이야기를 처음 듣고 좀 뭉클했어요. 김 대표님이 커피 회사를 1년 만에 그만두고 '놀면 뭐 하니' 하는 마음으로 단골 샌드위치집에서 카레 팝업을 열었는데, 그게 매번 완판됐대요. '카레집이나 해볼까' 생각만 하던 차에 어머니가 덜컥 가게를 계약해버려서, 2018년에 얼떨결에 문을 열었다고 해요. 그래서 지금도 메뉴 개발과 접객은 김 대표님이, 주방은 오래 식당 일을 해오신 어머니가 맡는 모녀 2인 식당이에요. (서울신문 인터뷰, 2025)
향신료 이해도가 깊어서 그런지, 흔한 일본식 카레 루 맛이 아니에요. 오픈런은 거의 필수인데,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요. 메뉴가 계속 바뀌다 보니 갈 때마다 매번 다른 가게를 찾은 것처럼 새롭거든요. 그리고 무엇보다, 요란한 마케팅 대신 가게 그 자체에 집중하는 그 태도가 참 멋졌어요. 알리지 않아도 사람들이 알아서 줄을 서는 건, 결국 본질이 단단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어요.
💬 다녀온 사람들"서울에서 먹은 카레 중 제일 맛있었어요. 자리가 적고 금방 매진돼서 서두르는 게 좋아요.""일본 가정집 같은 분위기에, 벽에 붙은 메모들 읽는 재미가 쏠쏠했어요."
🥕 에디터 TIP — 자리가 1인석 6개에 4인 테이블 하나뿐이라 웨이팅은 거의 필수예요. 줄은 문 앞이 아니라 가게 옆 화단에서 서는 게 이 동네 암묵적인 룰이더라고요. 이번 주 한정 메뉴는 가게 인스타에 올라오니 가기 전에 확인하고 가세요.

〔정보〕 서울 성북구 성북로 62-1 · 화~금 12:00-15:00, 17:00-20:00 · 토·일·월 휴무 · 인스타 @___uncurry
🍨 두 번째 · 녹기 전에 낱점 — 매일 메뉴가 바뀌는 젤라또


출처 : 녹기 전에 인스타
카레에서 1분만 더 올라가면, 성북동 주민들이 사랑하는 젤라또 가게가 있어요. 마포 염리동 본점의 성북동 매장인데, '2호점'도 '분점'도 아닌 '낱점'이라는 이름부터 이미 이 가게답게 정겨워요. 메뉴가 매일 바뀌고 이름도 유쾌해서, 문 열고 들어가 오늘은 뭐가 있나 들여다보는 순간이 제일 설레요.
저는 과일 소르베를 골랐는데, 색소 넣은 맛이 아니라 진짜 과일을 그대로 얼린 듯한 맛이었어요. 매장 안 곳곳에 붙은 손글씨 메모를 읽는 것도 소소한 재미고요.
💬 다녀온 사람들"골목에 숨어 있는 아지트 같은 곳이에요. 과일 맛은 진짜 과일처럼 진하고 쫀득했어요.""사장님이 하나하나 친절하게 설명해주세요. 양도 넉넉하고 어떤 맛이든 깔끔해요."
이 가게 사장님은 이번 코스에서 꼭 소개하고 싶은 분이라, 아래에 따로 정리해봤어요.
〔정보〕 서울 성북구 성북로14길 8 · 매일 12:00-21:50 (일요일 ~19:50) · 한성대입구역 도보 약 12분 · 더블 컵 5,000원부터 (가격은 변동될 수 있어요)
📎 이 사장님이 궁금하다면 · 녹기 전에 박정수 대표
여러 매체 인터뷰를 찾아보다가, 이 대표님 이야기는 마케터로서도 오래 곱씹게 되더라고요. 카이스트를 나와 대기업에 다니다 아이스크림 가게를 연 독특한 이력의 사장님이에요.
한 인터뷰에서 그는 매일 바뀌는 메뉴가 사실은 사장인 자신을 위한 장치라고 말했어요. 하루 열 몇 시간을 좁은 주방에서 보내는 만큼, 가게가 오래가려면 무엇보다 가게를 하는 사람이 재밌어야 한다는 거예요. 그에게 아이스크림은 그림의 팔레트이자 음악의 악기 같은, 매일 변주를 줄 수 있는 도구인 셈이죠.
또 그는 '녹기 전에'를 로컬 브랜드라고 생각한다고 했어요. 거창한 사회공헌이 아니라, 손님과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로컬'이 될 수 있다고요. 작은 가게가 동네와 관계 맺는 방식에 대한 이 말이, 저는 이번 코스 전체를 관통하는 문장 같았어요.
👀 세 번째 · 책보냥 — 고양이가 지키는 한옥 책방
젤라또를 들고 골목을 조금 내려오면, 초인종을 눌러야 문이 열리는 한옥 서점이 있어요. 처음엔 '이거 눌러도 되나' 싶어 잠깐 망설였는데, 문이 열리고 고양이가 마중 나오는 순간 마음이 사르르 풀렸어요. 사장님이 책마다 손으로 적어둔 소개 글이 어찌나 따뜻하고 다정한지, 한 권 한 권 읽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몰라요. 물론, 이곳을 지키는 고양이들의 사랑스러움은 말할 것도 없고요.


💬 다녀온 사람들"초인종 누르고 들어가는 진짜 숨은 보석. 고양이 책부터 '냥신문'까지 다 있어요.""고양이 세 마리가 어찌나 귀여운지. 고양이 굿즈 구경만으로도 시간 가는 줄 몰라요."
제가 이 책방을 특히 아끼게 된 이유가 있어요. 책방지기님이 코로나 때 망설이다 "이왕 할 거라면 일단 시작부터" 하는 마음으로 작업실을 책방으로 바꿨다고 하는데, 무엇보다 직접 그린 성북동 문화지도를 두고 손님에게 근처 다른 작은 가게들을 먼저 소개한대요. 작은 가게가 작은 가게를 응원하는 모습이, 이 코스를 만든 저희 마음과 똑 닮아 있었거든요.
🥕 에디터 TIP — 목~일에만 열고, 입장할 땐 초인종을 누르고 잠깐 기다려야 해요. 고양이들이 놀라지 않게 하려는 배려니까 조금만 여유를 두고 가세요.
〔정보〕 서울 성북구 성북로10가길 21 · 목~일 13:00-19:00 (금·토 ~20:00) · 월·화·수 휴무 · 방문 전 영업일 확인 권장
🍨 네 번째 · 나따드나따 — 포르투갈 셰프의 에그타르트
역 방향으로 더 내려오면, 포르투갈 출신 셰프가 직접 굽는 에그타르트(파스텔 드 나타) 가게가 있어요. 좌석이 거의 없는 작은 테이크아웃 가게인데, 모두 오픈 주방에서 직접 구워내서 만드는 과정을 눈으로 볼 수 있는 게 좋아요. 갓 구운 걸 그 자리에서 베어 물면 겉은 파삭하고 속은 흐르듯 부드러운데, 시나몬을 살짝 뿌리면 완성돼요. 저는 넉넉히 사서 냉동해두고 하나씩 꺼내 먹는데, 그렇게 먹어도 여전히 맛있더라고요. 아, 갓 나온 건 정말 뜨거우니 한 김 식히고 드세요.


💬 다녀온 사람들"포르투갈 사람인 제가 현지에서 먹은 것보다 낫다고 느꼈어요. 셰프가 직접 손으로 성형해요.""따뜻할 때 먹는 오리지널이 최고예요. 선물용은 리본까지 예쁘게 포장해주세요."
셰프 루이스의 인터뷰 중에 재밌는 대목이 있었어요. 정작 포르투갈에선 파스텔 드 나타를 디저트라고 부르지 않는다고요. 커피 한 잔과 함께 하루 중 아무 때나 즐기는, 일상에 더 가까운 음식이라는 거예요. 그의 고향 근처 마을 '텐투갈'에서 온 얇은 페이스트리도 여기서만 맛볼 수 있어요.
🥕 에디터 TIP — 저녁이면 매진되는 날이 많아서, 오후에 들르는 걸 추천해요. 갓 나온 타이밍을 만나면 그날 운이 좋은 거예요.
〔정보〕 서울 성북구 성북로2길 22, 1층 · 화~일 10:00-20:00 · 월요일 휴무 · 테이크아웃 전문 · 텐투갈 등 5,000원대 (가격은 변동될 수 있어요)
👀 다섯 번째 · 성북동 엽서가게 — 500종의 엽서가 있는 소품샵
한성대입구역 바로 앞, 도보 1분 거리의 아담한 소품샵이에요. 500종이 넘는 엽서가 벽을 채우고 있는데, 시즌마다 엽서의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어서 갈 때마다 새로워요. 무엇보다 소란스럽지 않아서, 사람에 치이지 않고 천천히 고르는 그 시간이 참 좋았어요. 안쪽엔 엽서를 직접 써볼 수 있는 자리도 있어서, 저는 오늘 걸은 성북동 골목을 엽서 한 장에 적어 나에게 부치고 왔어요. 코스의 마무리로 이만한 게 없더라고요.


💬 다녀온 사람들"엽서 종류가 정말 다양하고, 엽서 쓰는 공간이 따로 있어서 좋았어요.""영업일이 채널마다 다르게 뜰 때가 있어요. 방문 전에 인스타로 한 번 확인하고 가세요."
🥕 에디터 TIP — 실제로 구글엔 영업, 네이버엔 휴무로 뜨는 날이 있었어요. 헛걸음 안 하려면 인스타 공지를 꼭 확인하고 가세요.
〔정보〕 서울 성북구 동소문로3길 3, 1층 · 화~토 11:00-20:00 · 일·월 휴무 · 한성대입구역 7번 출구 도보 1분 · 인스타 @seongbuk_postcard
🍛 여섯 번째 · 이자카야문 — 사장님이 다 직접 만드는 동네 이자카야
코스의 마지막은 저녁이에요. 한성대입구역 근처, 사장님이 미리 만들어둔 재료 없이 그때그때 직접 조리하는 동네 이자카야예요. 사시미와 오코노미야키가 특히 사랑받아요. 오후 3시 반에 문을 열어서, 하루 종일 걸은 코스를 여기서 닫기에 딱 좋아요.



💬 다녀온 사람들"사장님이 모든 걸 직접 손으로 만드세요. 모듬 사시미도, 나베도 다 훌륭했어요.""평소 오코노미야키를 안 먹는데, 여긴 한 판을 혼자 다 비웠어요. 동네 단골이 되어가는 중이에요."
여기는 오마카세가 진짜 숨은 보석이에요. 사장님이 직접 조리하신 메뉴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다 맛있었어요. 특히 접시마다 온도가 딱 알맞게 맞춰져 나오는데, 그 세심함에서 오래 이 일을 해온 사람의 손끝이 느껴졌어요. 바 자리에 앉으면 그 과정을 코앞에서 볼 수 있으니 더 추천하고요. 다만 오마카세는 예약 하는 편이 안전해요.
〔정보〕 서울 성북구 성북동1가 104 (성북로7길) · 15:30-24:00 · 수요일 휴무 · 문오마카세 48,000원 등 (가격은 변동될 수 있어요) · 방문 전 예약 권장
🍪💌 콤키의 한마디
여섯 곳을 다 걷고 나서 든 생각은, 이 가게들은 하나같이 '큰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는 거였어요. 간판이 없거나, 초인종을 눌러야 하거나, 홍보를 거의 안 하거나. 그런데도 다녀온 사람들은 하나같이 '숨은 보석'이라는 말을 남겨요.
작은 가게의 힘은 어쩌면 여기 있는 것 같아요. 크게 알리지 않아도, 한 명 한 명에게 정성을 다하면 그 손님이 대신 이야기를 퍼뜨려준다는 것. 오늘 이 글도 그 이야기의 아주 작은 보탬이 되면 좋겠어요.
성북동 골목, 천천히 걸어보세요. 응원하고 싶은 가게가 분명 생길 거예요. 🥕
앞으로도 재밌는 로컬 상권 소개 인터뷰 이어가 볼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