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디바도 찹쌀떡을 팝니다
두쫀쿠에서 고디바 모찌까지, 떡 트렌드의 흐름과 다음 판을 읽어 드려요
안녕하세요, 마케팅 콤키예요.
지난 9월 10일, 잠실 롯데월드몰에 고디바 매장이 새로 문을 열었어요. 그런데 진열장 한가운데 놓인 건 초콜릿이 아니라 찹쌀떡이었어요. 1926년 벨기에에서 시작한 100년 된 초콜릿 브랜드가, 쫀득한 찹쌀피 안에 자기네 가나슈를 넣은 '고디바 모찌'를 내놓은 거예요.
반응은 상상 이상이었어요. 문은 오전 10시 30분에 여는데 이르면 새벽 4~5시부터 줄이 생기고, 구글 트렌드 관심도는 출시 전보다 5,000% 넘게 뛰었어요. 지금은 롯데월드몰점에서만 파는데, 롯데백화점은 판매 점포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대요.
같은 시기 대전 성심당 옆 작은 모찌집에도, 광주의 60년 된 떡집에도, 부산 영도의 떡방에도 줄이 섰어요. 올해 디저트 판의 주인공은 누가 봐도 떡이에요.
오늘은 이 흐름을 네 가지로 정리해 볼게요. 떡이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그 안에서 뭘 읽어야 하는지, 앞으로는 어디로 갈지, 그리고 우리 가게는 뭘 해 볼 수 있는지요.
PART 1. 떡 트렌드, 이렇게 흘러왔어요
떡 붐은 하루아침에 터진 게 아니에요. 거슬러 올라가 보면 2년 전부터 '식감'이라는 한 줄로 이어져 있어요.
두바이 초콜릿, '식감의 시대'를 열다
2024년 여름 ~ 2025년
바삭하게 부서지는 카다이프에 꾸덕한 피스타치오 크림. 이 초콜릿은 1년이 지난 2025년 가을까지도 변주 제품이 나오며 하나의 카테고리가 됐어요. 글로벌 트렌드 예측 기관 WGSN은 2025년 6월, 이 유행을 보고 사람들이 감각을 자극하는 독특한 식감을 점점 더 원하게 될 거라고 내다봤어요.
두쫀쿠, '쫀득'이 주인공이 되다
2025년 연말 ~ 2026년 1월
두바이 초콜릿 재료를 마시멜로로 감싼 '겉쫀속바(겉은 쫀득, 속은 바삭)'. 이때부터 디저트 앞에 '쫀득'이라는 단어가 붙기 시작했어요.
버터떡, 찹쌀이 디저트 재료로 들어오다
2026년 3월
찹쌀 반죽에 버터를 넣고 구운 '겉바속쫀'. 검색 지수가 열흘 남짓 만에 바닥에서 정점까지 치솟았어요. 집에서 버터떡을 만들어 먹는 레시피가 유행하면서 롯데마트의 냉동떡 매출은 1분기에만 약 60% 늘었고요. 찹쌀이 '떡 재료'에서 '디저트 재료'로 넘어온 순간이에요.

창억떡 호박인절미, '근본 떡'의 재발견
2026년 3월
1965년 광주에서 문을 연 떡집의 호박인절미가, 유튜브 채널 '하말넘많'의 광주 여행 영상에서 "냉동 떡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한마디로 퍼졌어요. 3월 '창억떡' 네이버 검색량은 2월보다 280% 뛰었고, 온라인 주문이 몰리면서 '떡켓팅(떡+티켓팅)'이라는 말까지 생겼어요. 새로 만든 퓨전 떡이 아니라, 원래 있던 떡이 다시 발견된 장면이에요.

과일 찹쌀떡과 퓨전 설기, 떡이 디저트 진열장을 차지하다
2026년 여름 ~ 가을
성수에서 시작한 한정선은 쫀득한 피 안에 통과일과 요거트 크림을 채운 찹쌀떡으로 백화점 식품관마다 줄을 세웠어요. 방한 외국인 사이에선 한국에 오면 꼭 먹어 봐야 할 디저트로 꼽힐 정도고요. 대전에선 성심당 옆 작은 수제 모찌집 '영춘모찌'가 SBS '생활의 달인'에 나온 뒤 "성심당 갔다가 영춘모찌"가 여행 코스처럼 됐어요. 부산 영도다리떡방은 백설기를 피자 도우처럼 쓴 '피자설기'로 택배 주문 1,000건이 순식간에 몰린 적도 있대요.



떡지순례와 대기업의 참전
2026년 가을, 지금
'떡지순례(떡+성지순례)'라는 말이 들어간 게시물은 1월 87건에서 8월 254건으로 늘었어요. 롯데백화점은 전국 떡집 8곳을 모은 '전국떡지순례 시즌2' 팝업을 열었고, GS25가 한정선과 손잡고 낸 요거트 찹쌀떡은 한 달 만에 70만 개가 팔리며 9월 GS25 배달·픽업 매출에서 캔맥주까지 제쳤어요. CU는 피자설기를 편의점용 '피자절편'으로 내놨고요. 그리고 그 끝에 고디바가 찹쌀떡을 들고 나타났어요.

한 줄로 줄이면 이래요.
쫀득한 디저트가 유행하더니 → 디저트가 떡을 닮아 갔고 → 결국 떡이 디저트 자리를 차지했어요.
PART 2. 이 흐름에서 읽어야 할 것 다섯 가지
① 이제 사람들은 맛보다 '식감'을 사요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썸트렌드에 따르면 올해 1~8월 떡과 디저트가 함께 언급된 게시물에서 '식감' 언급은 6,270건으로, '맛'(7,532건)을 바짝 쫓았어요. 업계에선 이미 익숙한 맛보다 '어떤 새로운 경험을 주느냐'가 구매 기준이 됐다고 말해요. 그리고 쫀득함이라면 한국인에게 떡만 한 게 없죠. 인천대 소비자학과 이영애 교수는 서양에선 끈적한 식감을 반기지 않지만, 밥과 쌀을 먹어 온 우리 입맛엔 찐득찐득한 식감이 원래 익숙하다고 설명해요.
② 원형은 그대로, 한 끗만 바꿔요
요즘 뜬 떡을 보면 떡 자체는 거의 그대로예요. 피자설기는 백설기 위에 토핑을, 한정선은 찹쌀떡 안에 과일을, 고디바는 팥 대신 가나슈를 넣었을 뿐이에요. 할매니얼(할매+밀레니얼) 취향이 이어지면서 전통 디저트가 다시 주목받고 있는데, 그대로가 아니라 '익숙한데 처음 보는' 모습일 때 반응이 터져요. 처음 먹어 보는 사람에겐 진입장벽이 낮고, 먹어 본 사람에겐 새로우니까요.
③ 떡의 '쓰임'이 바뀌었어요
떡은 오래 돌잔치, 이사, 개업, 명절 같은 '행사의 음식'이었어요. 그런데 올해 1~8월 온라인에서 떡을 '디저트'로 언급한 게시물은 작년보다 40% 넘게 늘었어요. 반대로 한 설문에선 명절 간소화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69.7%였고요. 떡이 누군가에게 돌리는 음식에서, 오후 세 시에 나를 위해 사는 디저트로 옮겨 가고 있어요.
④ 떡은 '지역'을 데리고 다녀요
사람들은 "호박인절미 먹었어"보다 "창억떡 먹었어"라고 말해요. 대전 하면 성심당, 그 옆엔 영춘모찌. 광주엔 창억떡, 부산엔 영도다리떡방. 빵지순례가 그랬듯 떡도 지역 이름을 달고 여행의 이유가 되고 있어요. 백화점이 굳이 '전국'떡지순례라는 이름을 붙인 것도 그래서예요.
⑤ 단면이 곧 광고예요
반으로 가르면 하얀 떡 사이로 빨간 딸기, 진한 초콜릿이 드러나요. CU의 상품기획자는 보는 것만으로도 맛을 상상하기 쉬운 쫀득한 디저트가 SNS에 더 많이 노출되는 것 같다고 말했어요. 바삭함이 소리로 퍼졌다면, 쫀득함은 늘어나는 장면과 단면으로 퍼져요.
PART 3. 앞으로는 어떻게 흘러갈까요
아래는 지금까지의 자료를 바탕으로 한 콤키의 전망이에요.
유행 메뉴의 수명은 더 짧아져요
버터떡 유행은 2~3주 남짓이었다는 분석이 있고, 1월에 정점을 찍은 두쫀쿠의 구글 관심도는 3월 중순 15까지 떨어졌어요. 이영애 교수는 과일 모찌의 떡이 속재료를 감싸는 포장재에 가깝다며, 유행이 언제든 다른 디저트로 옮겨 갈 수 있다고 봤어요. 실제로 우베, 양쯔깐루 같은 다음 후보 이름도 벌써 오르내리고 있고요. 메뉴 하나에 모든 걸 거는 건 점점 위험해져요.
대신 떡은 '그릇'으로 남을 거예요
떡이 포장재에 가깝다는 말을 뒤집어 보면, 떡은 무엇이든 담을 수 있는 그릇이라는 뜻이기도 해요. 고디바가 찹쌀떡에 가나슈를 담았듯, 앞으로는 떡과 상관없던 브랜드들이 쫀득한 찹쌀피를 빌려 자기 대표 맛을 담는 사례가 더 늘어날 거라고 봐요. 메뉴는 바뀌어도 '쫀득한 그릇'이라는 형식은 오래갈 가능성이 커요.
줄 서는 떡에서, 냉동실 떡으로
이마트의 냉동 떡 매출은 올해 1월부터 9월 중순까지 작년보다 155% 늘었어요. 창억떡은 갓 찐 떡을 급속 냉동해 소비기한을 최대 1년까지 늘렸고, 편의점은 줄 서야 먹던 떡을 동네 냉동고로 옮기고 있어요. 떡이 '이벤트'에서 '일상 간식'으로 내려오는 단계예요.

떡은 바다를 건너는 중이에요
떡류를 포함한 쌀가루 가공품 수출액은 지난해 1억 691만 달러로 16.8% 늘었어요. 미국에선 떡이 글루텐 프리, 첨가물 없는 '건강한 탄수화물'로 인식되며 프리미엄 간식 자리를 잡았다는 분석도 있고요. 창억떡은 미국 현지 마트에도 제품을 공급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양극화는 더 선명해질 거예요
떡이 이렇게 잘 팔리는데도 전국 떡집 수는 2023년 2만 380곳에서 올해 1만 8,000곳으로 줄었어요. 행사떡에 기대던 떡집과 디저트로 변신한 떡집의 거리는 앞으로 더 벌어질 가능성이 커요. 떡 붐은 '떡을 파는 모든 곳'의 붐이 아니라, '떡을 새롭게 보여주는 곳'의 붐이에요.
PART 4. 우리 가게라면, 이렇게 써먹어 보세요
떡집·디저트 가게 사장님이라면
- 대표 떡 하나에 '한 끗'만 더해 보세요. 새 메뉴를 열 개 만드는 것보다, 손님이 이미 아는 떡에 제철 과일이나 의외의 토핑 하나를 얹는 쪽이 반응이 빨라요.
- 메뉴 이름에 식감을 먼저 넣으세요. "찹쌀떡" 대신 "쫀득 두 겹 찹쌀떡"처럼요. 요즘 손님은 맛보다 식감 단어에 먼저 반응해요.
- 단면 컷 하나는 꼭 찍어 두세요. 반 가르고, 당기고, 늘리는 3초짜리 영상이면 충분해요.
카페·베이커리·음식점 사장님이라면
- 떡을 '빌려' 오세요. 메가MGC커피의 '버터가 쫀득해떡'은 4개월 만에 500만 개가 팔렸어요. 우리 가게 시그니처 크림이나 소스를 찹쌀피에 담으면 어떤 모습일지 그려 보세요. 고디바가 한 일도 정확히 이거예요.
- 단, 우리 가게답게. 두쫀쿠 때 분식집, 이불 가게까지 따라 팔다 손님이 먼저 지쳐 버렸던 걸 기억해 주세요. 우리 가게의 정체성과 이어지는 한 가지 이유가 있을 때만 들여오는 게 좋아요.
- 작게, 빠르게. 주말 한정이나 수량 한정으로 먼저 내보고, 반응이 오면 그때 키워도 늦지 않아요.
매장 없이 온라인으로 파는 분이라면
- 유행이 왔을 때 받을 그릇을 미리 만들어 두세요. 창억떡이 3월에 터졌을 때 버틸 수 있었던 건 10년 전부터 해 온 온라인 판매와 급속 냉동 덕분이었어요. 하루에 몇 개까지, 며칠 안에 보낼 수 있는지 미리 정해 두세요.
- 상세페이지 첫 줄엔 식감과 지역을. "광주 60년 떡집의 쫀득한 호박인절미"처럼, 어디서 누가 만든 어떤 식감인지가 요즘엔 성분표보다 먼저 읽혀요.
브랜드를 운영하는 마케터·MD라면
- 익숙한 그릇에 우리 것을 담는 협업을 고민해 보세요. GS25와 한정선, 고디바의 모찌처럼 '떡이라는 그릇 + 우리 브랜드의 대표 맛' 조합은 이미 검증됐어요.
- 지역 떡집은 좋은 파트너예요. 백화점과 편의점이 앞다퉈 지역 떡집을 모으는 이유는, 지역 이름 자체가 콘텐츠이기 때문이에요.
- 줄 끝까지 설계해 주세요. 고디바 모찌 대기 줄에선 소동이 벌어져 경찰까지 왔다는 주장이 SNS에 올라오기도 했어요. 반대로 영춘모찌는 품절로 빈손이 된 손님에게 사장님이 모찌를 하나씩 나눠 줬다는 후기가 남았고요. 유행은 기획이 만들어도, 리뷰는 줄 끝에서 쓰여요.
콤키의 한마디
올해 떡은 할머니 댁 찬장에서 나와 백화점 진열장과 편의점 냉동고, 그리고 100년 된 초콜릿 브랜드의 쇼케이스까지 올라갔어요. 바뀐 건 떡이 아니라 떡을 보는 눈이었어요.
여러분 가게에도 아직 새롭게 보이지 않았을 뿐인 '떡' 같은 메뉴가 하나쯤 있지 않나요? 이번 주엔 그 메뉴에 한 끗을 더해 보세요.
한국경제 「"찹쌀떡 하나가 9000원인데"…전날 밤부터 줄 서는 이유」(2026.10.14) · 한국경제 「빵지순례 다음은 떡지순례」(2026.10.11) · 한국경제 「백화점에서 줄서 먹던 그 '찹쌀떡', 편의점에 풀린다」(2026.9.3) · 머니투데이(2026.10.5) · 세계일보(2026.10.9) · 한국일보(2026.4.11) · 한경매거진(2026.3.16) · 중앙일보(2026.9.4) · 뉴시스(2026.3.25) · 핀포인트뉴스(2026.9.11) · 신아일보(2026.8.13) · 조선일보(2026.9.24) · 농민신문(2026.1.29) · 아주경제(2026.10.12) · 소년조선일보(2026.4.2) · WGSN 블로그(2025.6) · 뉴닉 「한정선부터 피자설기·창억떡까지」(2026.10.8) · 소마코(2026.3.30)
이미지 출처
고디바 코리아 인스타그램(@godivakorea) · 이디야커피(한국일보) · 창억떡 공식몰 · 한정선 인스타그램(@han.jung.sun) · 영춘모찌 인스타그램(@youngchunmozzi_official) · 영도다리떡방(핀포인트뉴스) · 롯데백화점(한국경제) · GS25(핀포인트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