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앱에서 '이거'까지 판다고?
혹시 쇼핑 앱에서 원래 사려던 것과 상관없는 카테고리를 구경하다가 나온 적 있으신가요? 저는 요즘 그런 날이 꽤 있더라고요. 예전에는 옷은 패션 앱, 장보기는 식품 앱처럼 쓰임이 딱 나뉘어 있었는데, 이제는 한 앱 안에서 여러 가지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이 많아졌어요.
배경에는 소비 방식의 변화가 있어요. 유통업계는 2030세대가 필요한 물건을 사는 데서 그치지 않고 상품을 접하는 과정에서 체험하거나 좋아하는 콘텐츠까지 소비하길 원한다고 보고, 상품에 경험과 취향을 더하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어요. 쇼핑 앱도 '뭘 살까'를 넘어 '뭘 좋아하고, 뭘 하며 보낼까'까지 담기 시작한 거죠. (관련 기사)
이처럼 업종과 카테고리의 경계가 흐려지는 현상을 '빅 블러(Big Blur)'라고 불러요. 원래는 금융, IT처럼 산업 간 경계가 무너지는 변화를 설명하던 말인데, 요즘은 이커머스에서도 자주 쓰이죠. 오늘 콤키에서는 에이블리와 컬리 사례로 이 흐름을 살펴보고, 브랜드가 새 영역으로 넓힐 때 참고할 만한 포인트를 정리해 볼게요.
🛍️ 에이블리, 패션 앱에서 취미 앱으로
에이블리는 2018년 셀럽 마켓 모음앱으로 출발해 패션에서 홈데코·핸드메이드·뷰티로 카테고리를 넓혀왔어요. 여기까지는 패션 플랫폼이 흔히 가는 길이지만 달라진 건 그다음부터예요.

2024년에 K팝 음반 유통사 케이타운포유가 입점하면서 앨범 카테고리가 생겼는데, 에이블리는 앱 리뷰와 검색 데이터에서 음악·굿즈 수요가 뚜렷하게 보여 시작했다고 설명했어요. 새로운 고객을 찾아 나선 게 아니라, 이미 앱 안에서 드러나던 취향을 상품으로 연결한 거죠. 이후 선보인 '에이블리 메이커스'는 한 걸음 더 나아가요. 크리에이터가 디자인 이미지만 올리면 굿즈 제작부터 물류, 배송, CS까지 에이블리가 대행해 주거든요. 굿즈를 사는 쪽뿐 아니라 만드는 쪽까지 앱 안으로 들어온 셈이에요.

가장 최근 변화는 오프라인 체험 상품인 '에이블리 플레이스'예요. 앱에서 클래스, 픽업, 티켓·이용권을 예약할 수 있고, 공예·플라워·쿠킹 클래스부터 디저트 픽업, 투어·액티비티·전시·공연 이용권까지 구성돼 있어요. 7월 예약 건수는 시범 운영 기간이던 6월보다 987% 늘었는데, 시작 시점의 기준이 낮아서 증가폭이 커 보이는 점은 감안해야 해요. 그래도 의미 있는 건 어떤 상품이 먼저 팔렸는지예요. 예약이 가장 많았던 건 티켓·이용권, 공예 클래스, 베이킹·쿠킹 클래스 순이었어요. 옷을 사러 온 고객이 '주말에 뭐 하지'까지 이 앱에서 정하기 시작했다는 뜻이죠. 또 신규 입점 마켓의 89%가 서울 외 지역이었는데, 오프라인 상품이다 보니 지역 매장이 새로운 판매자로 들어오는 효과도 생겼어요.
패션 밖의 새 고객층도 따로 공략하고 있어요. 남성 앱 '4910'은 지난해 거래액이 137% 성장했고, 월간 이용자도 1년 사이 약 170만 명에서 340만 명으로 두 배가량 늘었어요. 여성 패션 앱에 남성 코너를 붙인 게 아니라 별도 앱으로 분리한 선택이 통했다고 볼 수 있죠. 일본 앱 '아무드'는 누적 다운로드 650만 회를 넘겼고, 올해 9월에는 뷰티 PB '바이블리'의 새 라인과 임부복 카테고리도 새로 열었어요. 이 모든 확장을 거치며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0.6% 늘어난 3697억 원, 거래액은 2조 8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어요.

🥬 컬리, 장보기 앱에서 생활 전반으로

컬리는 신선식품에서 출발해 인디 뷰티를 강화하고 패션과 리빙까지 영역을 넓혔어요. 그 결과가 숫자로 확인돼요. 지난해 거래액은 13.5% 늘어난 3조 5340억 원으로, 국내 온라인 쇼핑 전체 성장률의 두 배를 웃돌았고 창사 이후 처음으로 연간 영업이익 흑자(131억 원)를 달성했어요. 장보기 앱이 시장보다 빠르게 큰 이유 중 하나가 식품 밖 카테고리라는 얘기예요.
특히 눈에 띄는 건 판매자배송상품(3P)이에요. 패션·주방용품·인테리어 상품력과 풀필먼트 서비스 경쟁력에 힘입어 3P 거래액이 1년 새 54.9% 급증했어요. 식품이 아닌 상품이 실제 성장을 이끄는 축이 됐다는 의미죠. 네이버와 함께 선보인 '컬리N마트'도 출시 이후 월평균 거래액이 매달 50% 이상 늘었고, 지난해 말 월간 이용자는 전년 대비 30% 이상, 유료 멤버십 가입자는 140만 명 넘게 쌓였어요. 장보기로 모은 고객이 있었기에 다른 카테고리로 넓힐 발판이 생긴 거예요.
💡 콤키의 한 입 인사이트
— 확장은 고객이 이미 하고 있던 행동의 '다음 칸'에서 시작해요
두 플랫폼의 사례를 같이 보면 공통점이 보여요. 에이블리의 앨범은 앱 안에서 이미 드러난 취향에서, 플레이스는 옷을 고르던 고객의 주말 계획에서, 컬리의 주방용품과 인테리어는 장을 보던 고객의 집 안 생활에서 시작했어요. 모두 고객이 하던 일의 바로 다음 칸이에요. 이렇게 보면 확장은 새 고객을 데려오는 일보다, 이미 온 고객이 앱에서 보내는 시간의 폭을 넓히는 일에 가까워요. 쇼핑이 '필요한 걸 사는 일'에서 '그 앱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로 바뀌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고요.
참고할 만한 점은 세 가지예요.
첫째, 새 상품은 감이 아니라 고객의 행동에서 찾아요. 에이블리가 앨범을 연 근거는 후기와 검색 데이터였어요. "이것도 팔아볼까"가 아니라, 고객이 이미 찾고 있는 걸 확인하고 움직인 거예요.
둘째, 성격이 다른 영역은 따로 떼어서 키워요. 에이블리는 남성 고객을 4910으로, 일본 고객을 아무드로 분리했어요. 컬리는 직접 매입하는 상품과 판매자가 올리는 3P 상품을 나눠서 운영하고요. 기존 고객이 기대하는 이미지는 지키면서, 새 영역은 그 영역에 맞는 방식으로 키우는 구조예요.
셋째, 새 영역에 쓸 돈은 본업이 번 이익으로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써요. 에이블리는 패션 플랫폼 본업에서 130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어요. 이 이익을 4910, 아무드 같은 새 사업에 투자하다 보니 회사 전체로 보면 아직 43억 원 적자예요. 그런데 이 적자도 1년 전보다 72% 줄었어요. 쉽게 말해 신사업이 아직 돈을 버는 단계는 아니어도, 본업이 든든하게 받쳐주고 있고 적자도 빠르게 줄고 있다는 뜻이에요. 컬리 역시 식품이라는 본업 위에 뷰티·패션·리빙을 얹으면서 첫 흑자까지 만들었고요. 반대로 본업이 흔들리는 상태에서 새 영역에 크게 쓰면 둘 다 놓칠 수 있어요.
우리 브랜드에 적용한다면 이렇게 접근해볼 수 있어요. 먼저 고객 후기, 검색어, 문의에서 우리 제품 밖의 수요가 반복해서 나오는 지점을 찾아보세요. 그다음 한정 판매나 협업처럼 작은 단위로 반응을 확인하고, 반응이 좋으면 그때 카테고리나 별도 브랜드로 키우면 돼요. 본업 매출이 흔들리지 않는 선에서 시도하는 것도 잊지 마시고요.
🤔여러분은 요즘 어디서 장바구니를 채우세요?
이렇게 보니 쇼핑 앱이 '물건 사는 곳'에서 '시간을 보내는 곳'으로 바뀌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생각해보면 저도 그래요. 사려던 건 하나였는데 앱을 구경하다 보면 어느새 전혀 다른 카테고리를 보고 있는 날이 많더라고요. 예전에는 쇼핑이 필요한 걸 사러 가는 일이었다면, 지금은 앱 안에서 뭘 할지 고르는 일에 가까워진 것 같아요.
그럼 플랫폼이 계속 넓어지는 시대에, 브랜드와 소비자는 각자 어디에 기준을 둬야 할까요. 플랫폼은 "여기서 이것도 팔아도 되나"를, 소비자는 "내가 왜 여기서 사지"를 점점 더 따지게 될 것 같아요. 결국 확장이 자연스러운지는 상품을 몇 개 파느냐가 아니라, 이미 와 있는 고객의 일상에서 한 칸 옆이냐에 달려 있는 것 같아요.
🍪💌 콤키의 한마디
경계가 흐려질수록 기준은 더 선명해야 해요. 여러분의 브랜드와 장바구니에는 지금 무엇이 담겨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