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어른'이라면 이 글 읽지 마세요

'진짜 어른'이라면 이 글 읽지 마세요

혹시 KBS 다큐멘터리 3일 <서울 자가 없는 김 과장 이야기> 영상을 보셨나요? 얼마전 넷플릭스에서 화제가 되었던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가 모티브가 되어 만들어진 다큐멘터리인데요. "회사에서 과장인긴한데, 별 건 없다", "그냥 시간이 지났으니까 된 거다", "책임져야 할 것들이 무겁다, 러닝머신에서 잠깐 멈추고 내려오고 싶은데 다들 달리고 있어서 못 내려오겠다" 말하면서도"해내야죠, 어른인데"로 인터뷰를 마무리하던 황경아 과장님 장면이 유독 캡처되며 다시 화제가 됐죠.

또 요즘 릴스에 작년 잡코리아x알바몬 광고 '세상의 모든 일을 RESPECT' 영상이 다시 화제더라고요.

꼬꼬마 배우와 성인 배우의 대사를 교차 편집해서 때때로 서툴고 힘들 때도 많지만 매일 최선을 다하는 모든 '어른'들을 응원하는 메시지로 눈물 댓글을 쏟아냈던 영상이죠. 아직 사회생활 연차가 짧은 트렌드 콤키 에디터 입장에서 그 장면들을 보면서, 제가 동경해온 '진짜 어른'들도 사실은 완성된 존재가 아니라 그냥 하루씩 버텨온 사람들이었겠다 싶었어요. 그런데 요즘 트렌드를 살펴보니, 그 어른들이 실제로도 생각보다 훨씬 어리게 살고 있더라고요. 오늘 콤키에서 그 흐름을 하나씩 자세히 짚어볼게요.

⏳나이 경계가 사라진 자리, 서로의 방식을 나눠 써요

2000년대까지만 해도 연령대별 취향엔 뚜렷한 선이 있었어요. 그런데 통계청에 따르면 요즘 청년층이 스스로를 '성인'이라 느끼는 시점은 만 28세로 점점 늦어지고 있고, 오픈서베이 '시니어 리포트 2025'에서는 시니어층이 자기 나이를 최대 12살 어리게 인식한다고 해요. 이제는 분야마다 자기 나이 정체성을 다르게 갈아끼우는 현상이 뚜렷해요.

① 놀이·덕질 – 30대는 아동 완구로, 5060은 아이돌 굿즈로

출처:X(@SW0_0ONE)

다이소 아동용 장난감이 성인 위시템으로 X를 달구고, '말랑이' 같은 촉감 장난감을 30대들이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씁니다. 이건 어릴 적 좋아했던 IP로 향수를 느끼는 키덜트와는 달라요. 한 번도 안 써본 완구인데도 '아동 페르소나'로 전환해 놀이에 몰입하는 거죠. 계기는 2024년 로제가 스트레스볼을 쓰는 모습이 화제가 되면서였어요.

출처: 멜론

덕질도 비슷해요. 이제 시니어 팬덤도 Z세대 못지않은 규모인데요, 위 사진을 보면 BTS의 최근 발매곡 'SWIM'의 주 감상층이 40대 여성이며 1020의 감상 비율보다 3040의 감상 비율이 더 높음을 확인할 수 있어요. 또한 올해 BTS 음반 구매자의 절반 이상이 40~50대였고, 지난해 전국투어 티켓을 2회 이상 산 5060 비중(27.2%)이 2030(23.4%)보다 높았어요. 애니메이션도 예외가 아니에요. 코로나 시기 OTT로 접한 뒤 대중화됐고, 2025년 박스오피스 1위였던 '귀멸의 칼날' 극장판 이후 만화책을 가장 많이 산 연령대는 40대(30.8%)였대요. 2019년 '미스터트롯' 흥행 이후 중장년 팬덤이 대중화된 흐름과, 나이 대신 취향으로 콘텐츠를 추천하는 알고리즘이 이 현상을 키웠어요.

② 건강·미용 – 10대가 4050처럼 혈당 관리, 리프팅 시술

건강 관리는 원래 4050의 과제였는데, 코로나 이후 Z세대 사이 '저속노화'가 화두가 되며 청년들이 혈당까지 챙기기 시작했어요. 쑥뜸방·사우나도 이제 젊은 층의 웰니스 공간이고요.
📎 참고할만한 콤키 콘텐츠: Z세대 83%가 번아웃? 그래서 요즘 이런 거 합니다
미용도 마찬가지예요. 화이트닝·트러블이 전부였던 1020의 고민이 '얼리 안티에이징'으로 바뀌면서, 경제력 있는 40대처럼 리프팅 시술이나 뷰티 디바이스에 투자해요. '바비톡' 2026년 1분기 데이터에서 리프팅 상담 신청률이 1위였고, 고가 레이저 '울쎄라' 수요는 20~40대 전 구간에서 1위였어요. 메디큐브가 10대 팬덤 두터운 장원영을 모델로 기용한 것도 이런 흐름 때문이죠. 알파세대와 Z세대 사이 저속노화 트렌드가 번진 발단은 코로나였어요. 사회적 거리두기 시절 소소한 루틴으로 몸을 챙기던 습관이 자기계발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고, 여기에 마라탕·탕후루 같은 자극적 식문화로 젊은 당뇨·고혈압 환자가 늘었다는 소식까지 더해지면서 청년층이 '가속노화'를 몸소 체감하고 일찍부터 노화를 관리하려는 경향이 강해졌어요.

출처: 메디큐브 공식 홈페이지

③ 재테크·커리어 – 10대가 40대처럼 투자, 직장인처럼 포트폴리오

지난 5년간 20대 이하 투자자가 7배 이상 늘었고, 올해 상반기 한 증권사 신규 계좌 개설자의 1/3이 미성년자였어요. 고등학교엔 주식 동아리, 초등학교엔 모의 투자 수업이 생겼죠. 커리어도 마찬가지예요. 원래 직장인 영역이던 사이드 프로젝트를 10대가 '내 포트폴리오'로 쌓아요. 본 브랜드 또는 창업을 시작한 10대들의 릴스가 화제가 되는 이유예요.

출처: 인스타그램(@bung_boss_09)

배경엔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근로소득만으론 집을 못 산다는 공감대, AI가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어요. 더 이상 좋은 대학과 좋은 직장만이 정답이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이른 나이부터 자산을 불리고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어진 거예요. 국내 특성화고 진학률 상승, 블루칼라 전직 콘텐츠의 호응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현상이고요.

💡 콤키의 한 입 인사이트
— 브랜드는 '나이'가 아니라 '분야별 정체성'을 봐야 해요

이제 소비자 한 명이 놀이에서는 10대, 건강에서는 40대, 재테크에서는 또 다른 나이대 얼굴을 하고 있어요. 주민등록증 나이로 타깃을 나누는 전략은 더 이상 안 통해요. 대신 우리 소비자가 '이 카테고리에서만큼은 어떤 나이대이고 싶어 하는지'를 분야별로 뜯어봐야 해요.

이미 이 흐름을 탄 실제 사례들이 있어요. 다이소는 원래 생활용품점이지만, NH농협은행 결제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2030세대의 완구 관련 지출이 전년 대비 224% 급증했대요. 롯데마트 토이저러스도 키덜트 소비 비중이 높은 카테고리 매출 비중이 2024년 9%에서 올해 1분기 19%까지 뛰었고, 국내 키덜트 시장은 11조원 규모까지 커질 거란 전망도 나와요. 완구를 어른의 스트레스 해소템으로 다시 포지셔닝한 게 핵심이죠.

반대 방향 사례로는 카카오뱅크 '미니'가 있어요. 만 7~18세 청소년만 가입할 수 있는 선불전자지급수단인데, 계좌 없이 휴대폰 인증만으로 카드를 만들 수 있게 하고 올리브영·배달의민족·GS25 등 청소년이 자주 쓰는 브랜드와 제휴 혜택을 붙였어요. 그 결과 누적 이용자 275만 명, 누적 결제금액 7조6000억 원을 넘겼는데, 스마트폰을 가진 청소년 절반 이상이 쓰는 셈이에요. '어른처럼 독립적인 금융 생활을 하고 싶다'는 10대의 욕구를 정확히 읽어낸 거죠.

패션 쪽에서는 무신사 사례가 흥미로워요. 원래 2030 남성 패션 플랫폼으로 시작했는데, 60대 이용자 비율이 2022년 1월 0.9%에서 2023년 8월 7.9%로 급증했어요. 후드티·청바지·스니커즈처럼 젊은 층 전유물로 여겨졌던 캐주얼 아이템을 시니어 세대가 그대로 소비하기 시작한 거예요. 무신사가 시니어를 직접 겨냥한 게 아니라, 나이와 무관하게 감도 높은 캐주얼을 원하는 소비자를 위해 일관된 플랫폼 정체성을 유지한 결과 자연스럽게 확장된 케이스라는 점이 눈여겨볼 만해요. 세 사례 모두 실제 나이가 아니라 '이 카테고리에서 소비자가 되고 싶은 나이'를 정확히 짚어낸 게 핵심이에요.

우리 브랜드에 적용한다면 이렇게 접근해볼 수 있어요. 먼저 카테고리별로 소비자 페르소나를 다시 쪼개보는 거예요. 같은 고객이라도 놀이·건강·재테크·커리어에서 원하는 '나이 얼굴'이 전부 다를 수 있으니, 하나의 캠페인에 하나의 연령 타깃만 고집할 필요가 없어요. 다음으로 메시지와 채널을 카테고리에 맞게 갈아입히는 거예요. 다이소처럼 아이템은 원래 생활용품·완구여도 이걸 소비하는 화법과 채널은 어른의 스트레스 해소용 언어로 바꿀 수 있고, 카카오뱅크 미니처럼 서비스 자체는 어른의 금융 방식이어도 대상은 10대로 설계할 수 있죠. 무신사처럼 타깃을 억지로 넓히지 않아도, 감도라는 일관된 정체성만 지키면 예상 밖의 연령대가 자연스럽게 유입되기도 하고요. 마지막으로 나이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이 소비자가 갖고 싶어 하는 정체성'을 광고 카피나 제품 네이밍에 직접 반영해보는 것도 방법이에요. 결국 지금 시대에 브랜드가 던져야 할 질문은 "우리 고객은 몇 살인가"가 아니라 "우리 고객은 이 카테고리에서 몇 살이고 싶어 하는가"인 셈이에요.

🤔여러분은 지금 "진짜 어른"이신가요?

이렇게 보니 처음 얘기했던 다큐와 광고가 다시 다르게 읽혀요. '어른이'라는 말이 그냥 귀여운 밈이 아니라, 나이 경계가 흐려진 지금 어른들이 실제로 살아가는 방식이었던 거죠. 생각해보면 저도 그래요. 어렸을 적 제가 생각한 어른이 된 저의 모습은 드라마 속 오피스룩처럼 각 잡힌 블라우스에 슬랙스를 입고 아아를 마시며 출근하는 모습이였는데, 실제로는 겨우 겨우 일어나서 최애 아니메이션 캐릭터가 그려진 반팔을 입고 늦을까봐 뛰어나가는 날이 더 많더라고요. 상상했던 '어른'과 실제 내 모습 사이 그 간극이 웃기면서도, 이게 요즘 어른들의 진짜 얼굴 아닐까 싶어요.

그럼 '진짜 어른'이 된다는 건 대체 뭘까요. 특정 나이가 되면 자연스럽게 완성되는 무언가는 아닌 것 같아요. 러닝머신에서 잠깐 멈추고 싶은 순간에도, 결국 "해내야죠"하고 하루를 채워가는 사람. 어쩌면 그게 전부일지도 몰라요. 솔직히 아직 정답은 잘 모르겠어요.

🍪💌 콤키의 한마디

완성된 어른은 없어도, 오늘 하루를 버텨낸 어른은 있어요.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해낸 당신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