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맛살이 상한가를 쳤습니다

게맛살이 상한가를 쳤습니다

요 며칠 주식 커뮤니티에서 좀 이상한 장면을 봤어요. 매수 인증글이 줄줄이 올라오는데, 목표 주가나 차트 이야기가 하나도 없는 거예요. 대신 이런 말이 달려 있었죠. "소액이지만 응원하는 마음으로 10주 샀습니다." 종목은 게맛살 '크래미'를 만드는 한성기업이었고요.

며칠 뒤엔 모나미 사장님의 손편지가 SNS에 올라왔어요. "모나미가 걸어온 60여 년의 시간이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솔직히 처음엔 '이게 진짜 되나' 싶었어요. 그런데 숫자를 열어보니, 진짜로 됐더라고요.

📉 무슨 일이 있었냐면요

올해 7월 1일부터 코스피 상장 유지 시가총액 기준이 200억 원에서 300억 원으로 올랐어요. 부실 상장사를 정리하겠다는 취지인데, 내년 1월엔 500억 원으로 한 번 더 오릅니다. 30거래일 연속 기준에 못 미치면 관리종목이 되고, 회복하지 못하면 상장폐지 절차로 갑니다.

이 기준선에 딱 걸린 회사가 한성기업이었어요. 7월 1일 기준 시가총액 267억 원(주가 4,300원). 게맛살로 모르는 사람이 없는 회사인데 상장폐지 이야기가 나온 거예요.

그때 온라인에서 오래된 사실 하나가 돌기 시작했어요. 한성기업이 25년째 6·25 참전용사를 위한 '영웅을 위한 음악회'를 후원해 왔다는 것. 회사가 광고한 적도, 캠페인을 연 적도 없는 이야기였어요. 그런데 이게 커뮤니티를 타고 번지면서 제품 구매 인증이 시작됐고, 곧 주식 매수 인증으로 옮겨갔습니다.

시가총액은 이렇게 움직였어요. 7월 6일 288억 → 7일 299억 → 8일 311억 → 9일 404억. 그리고 10일엔 장중 상한가를 치면서 525억 원까지 찍었죠. 열흘도 안 돼서 몸값이 두 배가 된 셈이에요.

불길은 옆으로 번졌어요. 모나미도 7월 6일 시가총액이 249억 원까지 내려앉아 있었거든요. 2019년 '노 재팬' 때 일본산 필기구의 대체재로 떠올랐던 기억이 소환되면서 "국산 장수 기업을 증시에서 내쫓을 순 없다"는 매수가 붙었어요. 9일 24.69%, 10일 25.66% 이틀 연속 폭등. 두 회사 모두 300억 원 선을 넘겼습니다.

🥕 여기서 진짜 봐야 할 건 두 가지예요

첫째, 회사가 만든 이야기가 아니었어요.

한성기업은 25년간 조용히 후원만 했지 그걸 마케팅으로 쓴 적이 없어요. 모나미도 "우리가 국민 필기구입니다"라고 광고한 적 없고요. 두 이야기 모두 손님이 직접 찾아내서 손님이 퍼뜨렸어요. 브랜드가 먼저 스피커를 들었다면 오히려 "장사한다"는 소리를 들었을 이야기죠. 발화자가 회사가 아니라는 게 이번 현상의 핵심이에요.

둘째, 회사의 대응이 더 인상적이었어요.

7월 7일 한성기업이 낸 입장문을 저는 몇 번 다시 읽었어요. 감사 인사만 있는 게 아니었거든요. "국산 원료만 쓰는 착한 기업"이라는 칭찬이 돌고 있었는데, 회사가 여기에 대고 "저희는 수입산 원재료도 사용하고 있습니다"라고 직접 정정했어요. 응원이 밀려드는 그 순간에, 굳이요.

보통은 그냥 넘어가잖아요. 오해라도 나한테 유리한 오해면 두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니까요. 진정성이라는 말이 정확히 뭔지 물어본다면, 저는 이 장면을 보여줄 것 같아요.

⚠️ 다만, 응원이 벌어준 건 '시간'이지 '체력'이 아니에요

주가는 두 배가 됐지만, 회사 사정이 좋아진 건 아니에요. 한성기업의 지난해 매출은 3,184억 원으로 전년보다 4.2% 줄었고, 영업이익은 58억 원으로 47.0% 감소했어요. 이 숫자는 이번 주에도 그대로입니다. 응원 매수가 바꾼 건 시가총액이지 실적이 아니거든요. 내년 1월 기준선이 500억 원으로 또 오르면 같은 문제가 다시 찾아옵니다. 시장에서 "테마성 급등락에 주의하라"는 경고가 나온 이유예요.

그리고 애국심은 브랜드가 빌려 쓸 수 있는 감정이 아니에요. 2019년 노 재팬 때도 급히 애국 코드를 끌어다 쓴 브랜드들이 원료나 지분 구조가 드러나며 역풍을 맞았죠. 손님이 알아서 얹어줄 때만 작동하고, 우리가 먼저 꺼내는 순간 광고가 됩니다.

💡 콤키의 한 입 인사이트 — 애국은 '만드는' 게 아니라 '발견되는' 거예요

사장님 가게에 적용한다면, 저는 세 가지를 권하고 싶어요.

가장 먼저, '애국 마케팅을 하자'는 결심부터 버리는 게 좋아요. 태극기를 붙이고 '국산 재료 100%'를 써 붙이는 순간, 그건 손님이 발견한 이야기가 아니라 사장님이 파는 슬로건이 돼요. 한성기업은 25년간 그 사실을 광고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에 힘을 발휘했어요.

대신 우리 가게의 '25년'이 무엇인지 찾아보세요. 거창한 사회공헌일 필요는 없어요. 남는 재료를 근처 복지관에 보내온 3년, 비 오는 날 우산을 빌려준 습관, 배달 기사님 자리로 늘 비워두는 테이블 한 칸. 자랑하지 않고 그냥 해온 일이 있다면 그게 자산이에요. 다만 홍보 게시물이 아니라 기록으로 남겨두세요. 언젠가 누군가 발견할 때 증거가 되어줄 거예요.

마지막으로, 칭찬이 과할 때 정정하는 용기를 준비해 두세요. 손님이 우리 가게를 실제보다 좋게 오해할 때가 옵니다. 그때 "사실 저희는 이 부분은 부족합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지가 진짜 시험대예요. 응원의 정점에서 굳이 사실을 바로잡은 그 선택이, 결국 가장 강력한 브랜딩이었으니까요.

🤔 그래서, 우리 가게엔 무슨 이야기가 쌓여 있나요

이 글을 쓰면서 계속 걸린 게 하나 있어요. 두 회사의 이야기는 아름다운데, 이걸 '공식'이라고 부르기가 망설여지더라고요. 마케팅을 잘해서 살아난 게 아니라, 마케팅을 안 하고 25년·60년을 버텨서 살아났으니까요. 공식으로 만드는 순간 그 반대가 돼버리는 이상한 이야기예요.

그래도 하나는 분명한 것 같아요. 위기의 순간에 사람들이 꺼내드는 건 지난달 할인 이벤트가 아니라, 오래 지켜온 무언가라는 것. 오늘 하루 가게에서 하고 계신 사소한 일 중에, 10년 뒤 누군가 꺼내줄 이야기가 섞여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 콤키의 한마디

가장 확실한 마케팅은 아직 마케팅이 아닌 상태로 쌓이고 있는 것 같아요. 오늘도 조용히 잘해오고 계신 사장님을 응원합니다. 🥕


📖 사전 지식 쏙쏙! 마케팅 용어 사전

  • 돈쭐 : '돈'과 '혼쭐'의 합성어로, 선한 행보를 보인 가게의 제품을 몰아서 사주며 응원하는 소비 행동이에요. 불매운동의 반대 개념이죠.
  • 관리종목 : 상장 유지 요건에 미달한 기업을 거래소가 지정해 투자자에게 위험을 알리는 제도예요. 기간 내 요건을 회복하지 못하면 상장폐지로 이어져요.
  • 진정성 마케팅 : 브랜드가 오래 실천해 온 가치나 스토리로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 전략이에요. 연출로 만든 진정성은 대체로 역풍을 맞는다는 게 이번 사례의 교훈이고요.